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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사/국제커플이야기

미스터 필로의 첫번째 생일 선물은?

by 래빗필로 2022. 4. 12.

 


 

 

좀 지난 얘기지만 지난달은 내 남친 필로의 생일이 있었다. 어떤 연애던 마찬가지로, 만난지 얼마 안되어 상대방의 선물을 챙겨줘야하는 것만큼 어려운일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일단 취향 파악도 잘 못하겠고, 적정한 가격대를 생각하는 일도 고민이다. 10대-20대 초반엔 돈이 없어서 고민이었고, 20대 후반~30대 초반엔 돈은 있지만 상대방의 취향 파악이 힘들었고 30대 중반을 넘어가니 그 사람이 뭘 안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게 걱정이었다. 나이를 어느정도 먹고(?) 만나다보니, 각자가 필요한 물건들은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았고 뭘 선물해도 별 감흥이 없을것 같은 그런 느낌?

 

 

 

특히 필로는 나보다 나이가 8살이나 많고 (나이가 좀 있으시다.) 외국인이다 보니 더 혼란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래서 필로 생일 거의 한달전부터 고민을 하고 있었던 찰나에 하루는 필로가 나에게 "한국 도장"에 대해서 물어봤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 계약서에다가 도장을 막 찍잖아? 계약서엔 서명도 하는데 왜 도장을 찍는거야? " 한국에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였는데, 필로가 이렇게 물어보니 나도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러게.. 우린 왜 도장을 찍는거지?", "그럼 너도 도장이 있어?", "응 나도 당연히 있지. 인감증명서 같은거 만들려면 도장을 국가기관 같은데다가 등록해야되거든" (인감증명서는 영어로 알지 못해서 그냥 대충 ID 카드로 설명) "아진짜? 도장 있는거 엄청 쿨해보여. 나도 한국가면 도장 만들수 있는거야?", "당연하지. 나중에 한국에 놀러가게 되면 하나 만들자" 그날 대화는 뭐 이정도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었는데, 그 다음날 불현듯 필로에게 한국식 도장을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나이 치고는 너무 수줍고 앙증맞은 가격의 선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안해본건 아니었지만, 내가 지금까지 겪어본 필로의 성향으로는 비싸고 영혼 없는 선물보단 스토리(?)가 있고 상대방을 세심하게 배려했다는게 느껴지는 선물을 더 좋아할 것 같았다. 그래서 필로가 요즘 꽂혀있는 갤럭시스마트워치와 한국식 도장을 선물하기로 결정했다. 

 

 

 

스마트워치야 베트남에서도 팔고 있으니 상관 없었는데, 도장이 문제였다. 도장을 제작해주는 사이트마다 들어가서 디자인을 확인하고, 제작 기간을 확인하고, 또 필로 생일에 맞춰서 베트남으로 배송까지 해야하니 마음이 너무 조급했다. 귀차니즘 성향상 내꺼였으면 귀찮아서 미룰수도 있었겠지만, 진짜 사랑의 힘(?)ㅋㅋ 으로 부지런하게 다 알아보고, 주문해서 필로 생일에 맞춰서 다행히 도장을 Get 할 수 있었다. 필로 도장을 주문하는 김에 내 꺼도 은근슬쩍 커플 도장으로 주문했다.

 

 

 

그리고 생일날 서로 퇴근을 한 뒤, 필로에게 스마트워치와 도장을 선물로 주었다. 결과는 정말 대만족이었다. 필로가 자기가 그냥 지나가면서 말한것도 안 놓치고 이런거 사줘서 너무 감동이라고 했다. 흑흑ㅠㅠ 뭐 눈물까진 안 흘렸지만 진짜 감동받은 표정이랄까? 그리고 신나서 이 종이 저 종이 다에 자기 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한국 드라마에서나 볼 것 같은 도장을 갖게 되니 진짜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선물받은 것 처럼 좋아했다. 그렇게 비싸진 않아도 나름 시간과 정성을 쏟아서 준비했던 선물이라서 그런지 나도 너무 뿌듯했다 :) 만약 한국인 남자친구였다면, 이런 도장 선물에 감동을 받았을까? 싶었다. 사실 한국인이었다면 도장 선물 자체를 하지도 않았을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서로 너무 많이 다르지만, 많이 달라서 더 재밌는 연애가 국제 연애인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는 왜 도장을 쓰는지 필로 때문에 찾아보게 되었고, 필로는 나 때문에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유튜브로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 를 가르쳐주는 동영상을 보면서 따라하는데, 세상 진지해서 너무 웃기다. 다름을 불편해하지 않고, 서로 맞춰갈 수 있는 연애가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외국인 도장 선물
첫번째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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