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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사/국제커플이야기

나도 영어 좀 잘하고 싶다 (가장 좋은 외국어 선생님은 외국인 남자친구일까?)

by 래빗필로 2022. 4. 13.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얘기가 있다. 외국어가 가장 빨리 늘 수 있는 방법은 그 외국어를 쓰는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이다. 한번도 국제 연애라는 것을 해보적도 없을 뿐더러 외국인 사람친구조차 없었기 때문에 이 말이 맞는 것인지 늘 궁금했었는데, 내가 당사자가 되고 보니 드는 생각은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는 것이다.



필로말만 따라하는 앵무새



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던 건 내가 어느 순간 필로가 자주 쓰는 영어 단어나 문장을 따라서 말하고 있다고 느꼈을 때였다. 아무래도 나는 한국에서 책으로 영어를 배운 십수십년전 수능 세대의 사람인지라 단어뜻이나 문법 등은 자신 있지만, 영어를 말하려고 할 때는 이게 원어민들도 이해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표현일까 모르겠어서 우물쭈물 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필로를 만나면서부터는 필로가 어떤 말을 하면 "아. 나였다면 다른 표현을 썼을 것 같은데, 내가 아는 단어보다는 필로가 쓰는 저 표현이 훨씬 더 자연스러운건가보구나. 나도 다음엔 저렇게 표현해 봐야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실제로 나중엔 꼭 그 표현을 써먹어본다.


아기들이 처음 말을 배울 때, 엄마, 아빠가 하는 말을 수십번 수백번 듣고 따라하는 것처럼 나도 필로 말을 계속 들으면서 필로가 쓰는 단어, 문장들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것 같다. 그리고 필로는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네이티브가 아닌 사람들과 영어로 오래 일했다보니, 쉽고 정확하게 영어를 말하는 방법을 잘 안다. 그래서 어려운 표현보다는 간결하고 뜻이 잘 전달되는 영어를 많이 쓴다. 그 표현을 바로 옆에서 들을 수 있으니, 외국인 남자친구가 가장 좋은 외국어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만 할 것 같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들어주는 스윗가이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필로가 너무 나를 배려해주다보니 영어를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주기 때문에 내가 그냥 대충 말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지적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을테지만 그래도 가끔은 필로가 좀 뭐라고 해줬으면 좋겠는데 내 영어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법이 절대없다.


이게 습관이 되다보니 나도 점점 문법같은거 무시하고 영어 단어만 내뱉는다거나 아니면 그냥 필로가 알아듣던 말던 한국말로 말할때도 있다. 이러다보니 필로랑 말할 땐 영어가 너무나 쉽게 생각되는데 회사에서나 다른사람과 영어를 써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쭈삣쭈삣 거리게 된다.


결론은 결국은 내 문제라는거



그래서 이젠 필로앞에서도 느리더라도 더 정확하고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려고 노력해 볼 생각이다. 필로가 다 알아들어준다고 대충 말하다가는 그나마 알고있던 문법이나 표현까지도 잊어버릴 것 같다. 다 잊어버린 뒤에 니가 내 영어를 다 망쳤어!라고 하면 얼마나 적반하장인가.


필로가 나의 느리고 부정확한 영어를 이해해주고 늘 배려해주는 것처럼 남친과의 더 활발한 의사소통을 위하여 나도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거다. 회사일이 좀 덜 바빠지면 어떻게 더 체계적으로 영어를 공부해볼지도 계획 세워봐야겠다.



필로님의 서윗한 영어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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