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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사/국제커플이야기

국제 커플에 대한 시선 (국제 연애 고충)

by 래빗필로 2022. 5. 29.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국제 연애를 하고 있는 커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범위를 조금 더 좁혀서 "한국사람"과 "외국사람" 커플 말이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수도 있겠지만, 필로를 만나기 전의 나는 특별한 한국 사람만 외국인과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다는 아주 올드하고 고리타분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요즘 한국은, 옛날에 비해 훨씬 더 외국 문화나 외국인들에 대해 열려있다. 해외 여행이나 출장은 뭐 특별하지도 않은 일이 되었고, SNS를 통해서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그리고 외국으로 취업을 하러 가는 한국 사람들, 한국으로 취업을 하러 오는 외국인들도 늘어나면서 한국 사람들은 이제 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까지 장착하게 되었다.



하지만 외국에 대한 오픈 마인드, 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 따위와는 별개로 외국인과 한국인이 팔짱을 끼고 길을 지나갈 때 왠지 한번 쳐다보게 되는 것이 국제 연애에 대한 아직까지의 한국 사람들의 인식인 것 같다. 거부감이나 혐오감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냥 한국인+한국인 커플처럼 자연스럽게는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그런 느낌?



베트남에서는 베트남+외국인 커플이 지나가면 정말 그 둘을 빤히 쳐다본다. 내가 사는 호치민이 베트남에서 가장 오픈된 대도시인데도 이런 정도이니 아마 지방 소도시에서는 그 지역 뉴스로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둘을 빤히 쳐다보는 것은 그냥 신기(?)해서 쳐다보는 느낌이 아니라 "부정"적인 느낌이 굉장히 강하다.



대부분의 국제커플은 외국인 남자와 베트남 여자 커플인 경우가 많은데, 아직까지도 베트남 내에서는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불법 유흥업소도 많고 하다보니 사랑으로 맺어진 정상적인(?) 커플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오해를 많이 받는 것이 사실이다 ㅜㅜ





콜로비아 남자, 베트남 여자





아직까지 이렇게 자국민의 국제 연애에 대해서 보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베트남에서 알게 된 콜롬비아 남자, 베트남여자 커플이 있다. (편의상 이 둘을 남자는 치즈, 여자는 망고로 부르겠다.)



치즈는 필로의 친구가 소개해 준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 베트남에서 산지 10년 정도 된 글로벌 투자회사 매니저이고, 치즈의 여자친구 망고는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너무 예쁜 커리어 우먼이다.



치즈망고 커플과 나와 필로 커플은 국제 연애를 하고 있다는 것도 같고, 치즈는 필로와 한 살 차이, 나와 망고는 두 살 차이라 나이대가 비슷하다 보니, 요즘 커플 데이트를 많이 즐기고 있는 편이다.



서로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베트남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으로서 각자의 회사욕을 할 때도 있고, 국제 커플의 애환도 공유할 때도 많다. 한국 친구들 중에 국제 연애에 대해 상담을 할 친구가 한명도 없었는데, 나는 망고가 생겨서 정말 너무 반가웠다 ㅠㅠ 뭐 콜롬비아 사람과 만나고 있는 망고와 말레이시안을 만나고 있는 내가 얼마나 공통점이 있겠냐마는 그냥 저냥 그래도 많은 의지가 되고 있다.



이런 치즈망고 커플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면, 한국에서 국제 커플들이 지나갈 때, 힐끔힐끔 쳐다봤던 내 지난날들이 너무 반성된다. 사실 필로와 나의 경우에는 베트남에서는 둘다 외국인의 신분이다보니, 베트남 사람들이 우리를 잘 쳐다보지는 않는다. 그냥 외국인 1과 외국인 2가 동시에 지나가는구나... 딱 그정도로만 우리를 생각한다. 그런데 치즈와 망고가 지나갈 때는 베트남 사람들이 나조차도 느껴질 정도로 너무 빤히 쳐다본다.



베트남에서 그런 시선을 받으면서도 몇 년을 함께 보낸 치즈와 망고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고, 특히 망고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한국에서 필로와 걸어갈 때 나도 한국사람들에게 똑같은 시선을 받는다면,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꼭 부정적인 시선이 아니더라도 그냥 신기해서 쳐다보는 시선일지라도 생각해보면  "Yes"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것 같다.





큰 언니의 이야기





내가 필로와 연애를 시작하던 초기에 거의 가장 먼저 이 사실을 털어놓은 언니가 한명이 있다. 예전에는 직장 사수였고, 언니가 회사를 관둔 이후로는 나의 멘토 겸 큰 언니로 활동을 하고 계신다 ^^ 내가 언니를 좋아하는 이유는 정말 100가지 넘을 것 같지만, 무엇보다도 언니를 어렸을때부터 따랐던 이유는 정말 편견없는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이만 어릴 뿐이지 내 생각과 마인드가 언니보다 더 고리타분하고 낡았었다 ㅎㅎ



언니에게 필로와의 만남을 털어놓았을 때도 언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어디나라 사람이고, 몇살이고, 어디서 만났고 뭐하는 사람이고 이런거 난 모르겠고, 너한텐 잘해줘?" 라고.. 외국인과 만난다고 하면 시시콜콜 이거저거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언니는 그냥 간단했다. 내가 행복하고, 좋으면 되는거라고. 그런데 이렇게 쿨한 언니도 마지막엔 내 걱정을 하면서 하나의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 그래도 그 사람과 같이 한국에 한번 가봐"

" 네? 부모님 소개시켜주라는 말이에요 언니?"

" 아니. 한국에 와서 그 사람이랑 그냥 평범하게 데이트를 해보라는 말이야"

" 데이트는 베트남에서도 잘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하면 뭐가 좀 다를까요?"

" 음.. 나중에 너가 직접 오면 더 느낄수도 있겠지만, 외국에서 외국사람과 연애하는 건 한국에서 외국사람과 연애하는 거랑 엄청 다를수도 있거든.. 일단 지금은 서로 맞춰주고 살겠지만, 한국에서 너랑 말이 엄청 잘 통하는 한국 남자들을 보면서 말이 안통하는 남자친구와 비교를 할 수도 있고, 또 외국인과 만난다고 하면 이것저것 간섭을 하려고 할거야.


너가 그 사람이랑 평생 외국에서만 살면 모를수도 있겠지만, 혹시 한국에서 살게 된다면 지금이랑 많은게 달라질 수도 있으니깐 한국에서 그사람과 다닐때도 지금과 똑같은 감정일지 미리 경험해보는게 좋을거 같아."


처음엔 언니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요즘 치즈망고 커플을 보면서 이제서야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것만 같았다.




왜 주변에 흔해빠진 베트남 사람이 아닌 콜롬비아 사람을 만나냐고 하루에도 몇번씩 질문을 듣고있는 망고처럼 나도 한국에 가면 이런 질문을 수백번 받을텐데 , 그리고 호기심어린 수백개의 눈이 우리를 쳐다볼텐데 그런걸 신경쓰지 않을 수있는지 언니는 그걸 걱정했던 거였구나..





일단 도전




곧 한국에 휴가를 갈 예정이고, 그 여정엔 필로도 함께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필로를 어떻게 소개해야하나 걱정이 한가득이다.



그래도 일단 도전해 보려고한다. 한국에서도 필로와 함께라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금 힘든 마음을 갖게 되더라도 극복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큰언니의 조언처럼 한국에서 아직까지도 국제연애, 국제결혼은 아직은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라면 앞으로 우리가 살곳은 한국이 아니라 외국이 될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직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좀 이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필로와의 연애가 매순간 도전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이 정도 도전쯤은 아직까지 견딜만 한거보면 필로를 많이 좋아하고 있긴한가보다💕💕




치즈님이 준비해준 콜롬비아식 아침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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